안나메이슨의 모던 플라워 플라워 페인터 The Modern Flower Painter - Creating Vibrant Botanical Portraits in Watercolour

2021. 6. 6. 09:10LESSON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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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에서 알고리즘으로 추천해 줘서 무심결에 보게 되었던 양귀비 수채화 동영상에 홀려 책까지 찾아 보게 되었고, 원서 밖에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원서를 구매했고, 동영상에서도 보았고 책에서도 잠깐 다루고 있는 '딜러로니'의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책상용 이젤까지 구매하기에 이르렀지만 딜러로니의 이젤은 꽤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데다가 경사를 줘서 사용하면 물감이 흘러 내려서 불편하고 뉘여서 사용하자니 내 키를 넘어설 수도 있을 만큼 화판이 높아져서 편하게 사용할 수 없었다. 색연필 작업과 사각 거리는 소리를 화판 뒤에서 마이크로 잡아 내기에는 적당해서 유튜브 촬영할 때 몇 번 사용했고, 요즘은 대체로 라이트박스로 밑그림 옮기는 작업을 할 때 사용하고 있는데 굳이 덩치 큰 이젤을 책상 위에 놓고 할 일인가, 치워 버릴까 고민되는 것도 사실이다.

 

안나 메이슨의 그림은 그 전까지 보았던 빌리샤월의 그림과 약간 달랐다. 전문 작가들의 세계를 잘 모르는 상황이고, 어떤 스타일의 그림이 좋은지도 아직 모르는 상황이니 열린 마음으로 최대한 많이 봐 두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나름 열심히 들여다 보았다.

제일 충격적이었던 내용은 붓은 소모품이라는 것, 큰 그림 하나를 그리고 나면 붓은 버릴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을 보고 그 때까지 비싼 붓이라며 미련스럽게 계속 쓰려고 했던 에스꼬다 콜린스키 트래블 브러쉬를 과감하게 치우기로 했다. 수채화가 늘지 않는 것이 붓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연장 탓을 하는 일인 것 같기도 했는데 갈라진 붓 끝을 다시 보게 되었고, 새 붓을 장만하기도 했다.

책 제목이 The modern flower painter인 것이 안나 메이슨이 현대 작가로 분류되어서인지, 기법이 모던해서인지 정답은 알 수 없지만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서 사진 자료를 만들어 작업을 하는 방법과 그래픽 툴을 통해 이미지를 흑백으로 변환시켜서 단일 톤 이미지로 명암 관계를 이해하는 접근법에 대한 내용 등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확실히 다른 기법서나 안내서보다는 모던하다고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몇 가지 꽃을 따라해볼 수 있도록 단계별로 안내하고 있는데 각각의 예시에 모두 그레이스케일(흑백단계)로 변환시킨 참고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어서 매우 마음에 들었다.

 

 

입체적인 자연물을 2차원 평면에 입체적으로 표현하려면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방법부터 알아야 한다. 입시 소묘를 하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그 전인 고등학교 1학년 때 소묘 실기를 했고, 그 전까지 연필 소묘를 따로 배워 본 적이 없었어도 미술 선생님의 기본 설명만으로도 적당히 입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니 사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나만 알고 있는 내용은 아니다. 생활하면서 쓸 일이 없으니 모두 잊고 살 뿐이다. 다른 기법서들에서도 토널 이미지를 연습하는 과정이 기본이라 그 부분을 모두 포함하고는 있지만 예시로 한 두 가지 보여주는 것에서 그쳐 실제 레슨 북에서 단계를 밟아 따라가야 하는 각각의 그림에 대한 토널 이미지를 별도로 확인할 방법은 없으니, 지금 책을 보면서 따라 해 보고 있는 단계에서 어느 정도 강약을 조절해야 할 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이 책에서는 각 그림 완성본의 토널이미지를 모두 제공하고 있어서 포토샵으로 채도를 바꾸는 작업을 할 수 없는 일반 사람들도 직관적으로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구별하는데 도움이 된다. 

뜬금 없는 양귀비 그림에 낚여서 책을 구매했지만 들여다 보니 좋은 점이 아주 많았다.

 

빌리샤월의 강의와 책은 전체적으로 기법에 대한 내용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다양한 예시와 컬러를 조합해서 만드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지만 동영상 강의를 직접 볼 때에도 그렇고 책을 볼 때에도 그렇고 중간 중간 막히는 부분이 많았다.

 

강의 중에도 아주 연한 색을 만들 경우에는 굉장히 강조해서 정말 연한 색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은 하지만 대부분의 진행 과정에서 물감과 물에 대한 농도데 대한 설명은 대체로 생략되어 있다. 큰 웅덩이를 만들고 만든 색을 사용하기 전에 확인하기는 하지만 모니터 너머로 그 미묘한 농도를 비슷하게 만들어 내는 일은 너무 힘든 일이다.

 

숱하게 연습해야 겨우 알듯 말듯한 리프팅 기법도 마찬가지로 따라하기 어려운 고급 기술에 속하는 게 아닐까, 나는 영영 수채화를 못하는 걸까, 재능이 없나 좌절까지 할 정도였는데 그에 비해 안나 메이슨은 그 리프팅 기법을 사용하지도 않고 겹쳐 칠하는 방식이라 쉬워 보이는데다가, 물감의 농도 역시 여섯 단계로 세분해 놓고 각각의 레슨 챕터에서 사용하는 물감의 농도를 매번 짚어 주고 있어서 진정한 수채화 초보인 내가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이고 훨씬 더 빨리 좋은 그림을 그려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어의 문턱을 넘는다면 말이다. 

첫 스텝은 독해를 힘차게 출발했는데, 뒤로 갈수록 지쳐서 그랬는지 영문으로 베껴 놓은 수준으로 요약을 해 놓은 메모지를 일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 확인하고는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일단 기초 중의 기초인 장미를 완독하고, 독해도 다 해 놓고, 직접 채색도 해 볼 계획이다. 일단 계획이다. 빌리샤월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하는 정보보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구조화된 느낌이 물씬 든다. 마음도 한결 편안해 지는 느낌이 든다. 제발 하나만이라도 끝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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