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0. 08:10ㆍLESSON BOOK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 보겠다고 마음 먹고 처음으로 샀던 책은 중국 작가, 페이 러 냐오의 "그림 그리기 좋은 날" 시리즈였다. 꽃과 다육이를 함께 구매했고, 다육이를 하나 성글게 그려 보고, 꽃을 몇 가지 성글게 그려 보다가 빌리 샤월의 수채화로 자연스럽게 눈을 돌리게 되었었더랬다.
그림 그리기 좋은 날은 다양한 예시가 있고 각각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을 단계 별로 설명이 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다육이 그림에 반해서 구매했었는데 제시되어 있던 파버카스텔 교차표대로 따라 하다 보니 문득 내가 원하는 녹색이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 책을 덮어 버렸다. 세 가지 정도 시도를 해 보았는데 그 중 마지막에 시도했던 붓꽃 잎의 색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이 색을 쓰라고 했는지는 알 것 같기는 했지만 결과물은 흡족스럽지 않았다. 흡족스럽지 않은 결과에 대한 이유를 색연필 탓으로 돌리고, 적당히 고상한 색감을 내는 새로운 색연필을 찾아야만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덮었는데, 이듬 해에 갑자기 뜬금없이 생긴 여윳돈으로 그 사이 침흘리며 구경하던 까렌다쉬 루미넌스 6901을 호기롭게 장만했다. 아주 잠깐은 부드럽고 생생하게 입혀지는 고운 색이 너무 좋았고, 종이에 긋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 사이 장만한 새로운 책인 '기초 보태니컬 아트, 색연필로 그리는 컬러 별 꽃 한송이'에 있는 그림을 연습하면서 필요한 색이 중간 중간 비어 있고 부족하더라도 참을 수 있었다.
2021.03.11 - [LESSON BOOK] - 기초 보태니컬 아트 색연필로 그리는 컬러별 꽃 한 송이
기초 보태니컬 아트 색연필로 그리는 컬러별 꽃 한 송이
책을 먼저 샀는지, 색연필을 먼저 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을 펼쳤을 때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색연필을 까렌다쉬 루미넌스 6901 76색이었다. 어차피 섞어 사용하면 뭔들 못하랴 싶어서 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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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장미와 목련, 작약, 아네모네를 연습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잎을 연습하려고 마음 먹은 순간 까렌다쉬 루미넌스로는 책에 있는 녹색 계열 색상들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제야 책을 다시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는데, 파버카스텔 색연필은 이미 다양한 녹색 계열을 갖추고 있는 색연필이었고, 섣부른 판단으로 엄한 길을 돌아 돌아 헤맸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
사실, 누구신지는 아직도 잘 모르지만 인지도 있는 작가임에 분명한 '앤 스완'의 '색연필로 그리는 보태니컬 페인팅'을 진작에 봐 두었다면 이렇게 헤매지 않았을 것이고, 그 때문에 그동안의 일을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 놓게 되었다. 기본 기법서보다는 스텝 별 가이드가 있는 책이 더 매력적이라 기본 기법서는 자꾸 뒤로 밀어 두게 마련이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들여다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이 책에는 실제로 이 브랜드와 저 브랜드의 색연필 사이에서 헤매다 지친 나에게 명쾌한 해답이 들어 있었다.
각 브랜드 별 색연필들의 장단점이 잘 정리되어 있었는데 이제서야 이런 책을 만나다니,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를 일이지만, 색연필로 보타니컬 일러스트를 시작해 보겠다고결심했던 그 때에 이 책을 만났어도 아마 책이 재미가 없다며 다른 책을 선택했을 것 같고, 혹시 이 책을 처음으로 샀더라도 색연필에 대한 내용은 대충 훑어 보고 넘겼을 법도 하니 지금이라도 깨닫고 알게 되었으니 다행으로 여기는 것이 좋겠다.
전체적으로는 책 제목과 걸맞게 색연필로 보태니컬 페인팅을 할 때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인 내용을 개략적으로 다루고 있다. 예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하는 부분도 있긴 한데, 원서 자체 내용이 그래서 그런지 번역본이라 그런지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도 조금 있고, 한 단계의 과정을 산문으로 길게 풀어 설명하는 글이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앞 뒤 맥락 없이 '형태를 주기 위해' 음영을 주기 시작했다는데, 형태를 준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림과 전체적인 과정을 봤을 때 아마도 입체적인 표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일 것이라고 어림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 또한 어림짐작일 뿐이다. 원래 문장은 무엇이었을까, 번역서를 볼 때 마다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영어는 당연히 잘 알고, 실제 과정도 잘 알면서, 한글로 잘 풀어내는 능력있는 번역가는 어디에 숨어 있나, 아무리 개안한 것 처럼 인지적 안목의 확장을 이루게 해 준 책이라 하더라도 읽고 싶지 않은 문장으로 번역된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일은 고역인 것이다. 개괄적인 내용은 그래도 꼼꼼히 챙겨 읽어둘 필요가 있으니 일단 노력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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