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들어 쓰는 붓꽂이

2021. 6. 3. 18:00TOO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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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이미 책상 위에 두고 색연필과 붓을 꽂아 쓸 수 있는 아름다운 제품을 찾아 다녔었고, 그 중 마음에 드는 나무 제품을 두 가지나 구매했었다. 같은 사이즈의 연필을 여덟 자루 꽂을 수 있는 원목으로 된 연필꽂이와 다양한 사이즈의 필기구 및 문구류를 꽂아둘 수 있는 원목 연필 꽂이 두 가지였는데, 전자는 적당한 높이에 연필을 안정적으로 꽂을 수 있는 깊이라 그 때 그 때 필요한 색연필만 꽂아 두고 연습하면서 요긴하게 쓸 수 있었지만, 후자는 색이 좋은 원목이라 가격은 비쌌지만 필기구를 꽂기에는 너무 얕아서 거의 쓸 모가 없었다. 만들어진 사이즈도 천차만별인데 딱 맞는 필기구가 많지 않고, 결정적으로 얕아서 어떤 붓을 꽂아도 불안정한 상태라 붓꽂이로는 쓸 수가 없다.  

처음 호기심으로 구매했던 휴대용 수채화 붓 외에 본격적인 연습을 위해 빌리샤월의 붓을 추가로 구매하고나서는 언제까지나 먼 영국에서 붓을 주문할 수 없으니 쉽게 구할 수 있는 붓 중에 적당한 붓을 찾아야 하는 것이 숙제가 되었고, 과슈와 아크릴 컬러까지 들여다 보기 시작하니 또 다른 종류의 붓이 필연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붓만 따로 정리해둘 필요가 있었다. 

 

8구 원목 연필꽂이를 또 구매하기에는 비용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2구 제품으로 세 개는 사야 넉넉하게 붓을 다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나에 24,000원 씩이니 붓을 정리해서 꽂기만 하는데 그 정도 비용을 쓸 일은 아닌 것 같아서 또 다른 제품을 찾기 시작했는데, 96자루를 꽂을 수 있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찾았다. 게다가 8,600원이니 저렴해서 좋았는데 문제는 딱 봐도 저렴해 보이는 플라스틱이었다. 상품 사진을 자세히 보니 저렴한 플라스틱 장난감과 비슷한 마감이라서 기능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굳이 이런 플라스틱 격자 덩어리를 책상 위에 두고 심란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29CM에서 구매할 수 있는 펜, 붓 홀더

 

구매를 미루고 어버이날이 되었는데, 올케가 준비해온 케이크에 요긴한 물건이 붙어 있었다. 둘레에 용돈을 말아 넣어 부착하게 만들어진 케이크였는데, 이 용돈을 말아 넣을 수 있는 부분이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의 튜브였다. 투명한 튜브는 올케가 준비한 지폐 수만큼이었는데, 지폐를 빼고 쓸 모가 없어진 튜브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이 튜브를 모아 한 그릇에 담으면 격자로 구획이 나눠진 플라스틱 붓꽂이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급한대로 튼튼해서 버리지 않고 책상 위에 두고 가끔 연필 깎을 때 쓰던 까렌다쉬 잉크 케이스를 꺼내서 투명한 아이들을 넣어 보니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면 붓들이 제 구역을 지켜 서로 엉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친김에 책상 앞에 새로 마련한 페그 보드 컨테이너 한 칸을 붓으로 채워 보기로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이즈가 커서 튜브가 모자랐다. 고민 끝에 버블티용 빨대를 생각해 내고 빨대 구하러 삼천리 돌아 다녔다. 비슷한 사이즈의 버블티 빨대를 겨우 구해서 길이를 맞춰 잘라 컨테이너를 꽉 채워 넣었다. 

컨테이너가 넓고 깊이가 깊지 않아서 붓만 뭉텅이로 꽂으면 똑바로 세워지지 않고 옆으로 눕고 서로 뒹굴고 난리가 날텐데 튜브로 자리를 잡아 놓으니 마음이 편하다. 

얇은 붓들은 약간 기울기는 하지만 대체로 반듯이 독립해서 서 있으니 서로 엉기지 않아서 좋다. 눈 앞에 바로 보이는 곳에 가지런히 모아 놓으니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언제까지 책상 정리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일단 뭐라도 그려야 할텐데, 영어 문장도 한참 읽어야 해서 언제 뭘 그릴지 영 모르겠다. 정리라도 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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