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 카페오키드 앞 꽃산딸 by 아이패드미니, 프로크리에이트

2023. 5. 25. 22:53STUDIES/BOTANICAL ILLUS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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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로 작업하니까 굳이 레이아웃을 공들여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전체 형태 비율 잡는데도 도움이 되니까, 일단 그리드를 넣고 러프하게 스케치를 하고, 다시 깔끔하게 디테일을 살려서 다시 외곽선을 새로운 레이어에 그려 넣었다. 

칠하기 시작하면서 통꽃을 포함한 암수술 부분을 조금 더 정교하게 그려 넣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이미 칠한 복잡한 중심부를 냅다 지우고 새로 칠하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았다. 

잎을 그리면서 어찌나 실망스럽던지 생각했던 것만큼 수채화 느낌이 잘 나타나지 않아서 몇 번을 다시 하고 다시 했다. 게다가 잎맥의 디테일은 어디까지 살리고 어디까지 버릴지 너무 고민스러웠고, 결국 그림은 작가의 주관에 의한 것이니 이 모든 것을 다 묘사할 필요는 없겠다 싶은 부분은 그냥 생략하기로 결정을 했다. 하필이면 처음 선택한 이 꽃의 잎에는 붉게 물든 끄트머리와 연두색으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과 다시 짙은 초록으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까지 있어서 매우 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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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약 한 달 여 간 아이패드와 새 브러시 세트와 씨름해가며 이제야 겨우 손을 털었다. 브러시세트에 포함되어 있던 종이 질감 파일은 그 질감 레이어의 아랫 부분에 새로 레이어를 만들어 그림을 그려 넣어야 하는데 그걸 모르고 또 윗 쪽 레이어에 얹어서 작업을 하면서 온갖 고민을 했다. 질감 레이어를 켜면 조금 더 수채화 느낌이 물씬 묻어나지만, 실제 종이에 아트 프린트를 해 볼 생각이라 질감 레이어를 껐을 때의 상태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종이 질감 레이어를 끄고 나서도 한참 수정을 더했다. 

 

근 30년 만에 스스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학교 다닐 때 교수님이 시킬 때 이 정도 열심히 했으면 일등으로 졸업했을텐데, 아마도 이렇게 긴 시간 작업할 수 있게 여유를 주시지는 않았을테니 어차피 일등으로 졸업할 일은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프로크리에이트와 아이패드만 있으면 그림이 슥슥 잘 그려질 것 같았지만 실은 이렇게까지 그리기까지 그동안 여러 가지 수채화 기법서를 보고, 연습해 보고, 온라인 강의도 들어 보고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소한의 노력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수채화로 식물을 그리는 과정을 익힌 상태가 아니면, 아이패드를 손에 쥔다 해도 갑자기 잘 그린 그림이 뿅 나타날 수는 없다. 사실 아직도 어렵다. 

 

또 언제 어떤 그림을 그릴지 계획이 없다는 것이 일단 문제고, 휴직을 하고 있어도 계속 일을 하고 있는 기분이라 여유가 있으면서도 늘 여유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일단은 그동안 미뤄두고 있었던 개나리 소묘를 마무리하는데 매진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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